프로야구 이야기

김재박의 야구 철학과 지도자론, 승부보다 과정을 중시한 리더

쉽게 잠들자 2025. 7. 12. 18:00

 

김재박의 야구 철학과 지도자론, 승부보다 과정을 중시한 리더

 

 

김재박은 선수로서는 명 유격수, 감독으로서는 LG 트윈스와 현대 유니콘스를 이끈 지략가였습니다. 그는 경기에서의 승패만큼이나 과정과 팀워크를 중시하며, KBO 리그에 독자적인 지도자 철학을 남긴 인물로 평가됩니다. 본문에서는 김재박의 야구 철학과 리더십, 그리고 후대 감독들에게 남긴 영향력을 중심으로 조명합니다.

선수에서 명장으로, 김재박이라는 이름

김재박은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격수였습니다. 1982년 MBC 청룡(현 LG 트윈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당시 최고의 리드오프로 꼽혔습니다. 특히 그의 뛰어난 주루 센스는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며, 은퇴 후에는 이른바 ‘김재박식 야구’라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현대 유니콘스의 창단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단기간 내 팀을 강팀으로 만들었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지도자로서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단순히 전력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이고 철학 중심적인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 성과는 더욱 의미 있습니다.

LG 트윈스 감독 시절에는 기대만큼의 우승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팀을 안정시키고 젊은 선수 육성에 힘을 쏟는 모습은 팬들 사이에서 꾸준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항상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와 과정"이라는 소신을 강조했으며, 야구를 단지 경기 이상으로 보는 시선을 일관되게 유지해왔습니다.

이렇듯 김재박은 선수로서의 경험과 철학을 지도자에게 접목시키며, KBO 리그 내에서 ‘생각하는 야구’의 실천자라는 별칭을 얻게 됩니다.

 

‘김재박식 야구’란 무엇인가?

김재박식 야구는 흔히 ‘디테일한 야구’로 설명됩니다. 대포 한 방으로 승부를 보는 파워 야구가 아니라, 주루 플레이, 번트, 수비 포지셔닝, 계투 전략 등 경기의 미세한 흐름을 주도하는 운영 위주의 야구입니다.

그는 경기를 ‘승부의 연속’이 아닌 ‘설계의 총합’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단 한 타석, 한 타구, 한 주자의 움직임이 경기를 좌우할 수 있다는 철학 아래, 모든 플레이에 명확한 의도를 담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현대 유니콘스 감독 시절에는 번트 성공률과 도루 성공률이 리그 상위권이었으며, 선수들은 모든 플레이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반복 훈련을 철저히 수행했습니다.

김재박은 또 다른 리더십의 상징으로 ‘선수와의 거리 유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선수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되, 필요한 순간에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용의 지도자’로서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단순한 친근함이 아니라, 리더로서의 무게감과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덕목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또한 그는 데이터를 중시하면서도, 선수 개인의 성향과 리듬을 존중하는 지도 방식을 추구했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세이버매트릭스 중심 리더십과는 차별화되는, ‘인간 중심적 야구 철학’으로 평가됩니다. 기술과 심리, 감각을 조화롭게 접목한 그의 전략은 당대에는 혁신적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재박이 남긴 지도자론의 가치

김재박은 명백한 기록을 남긴 지도자였지만, 진짜 유산은 그의 야구관에 있습니다. 단순히 강한 선수를 모으고, 성적을 쌓는 것을 넘어서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을 남겼습니다.

그는 지도자의 덕목으로 판단력, 자기 원칙, 그리고 선수 개개인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꼽았습니다. 이런 철학은 오늘날 KBO 감독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기준점이 되고 있으며, 김재박을 거쳐 간 선수들은 그에게 ‘감독님’이라는 호칭 이상으로 ‘야구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특히 그는 감독이라는 자리가 성적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때로는 팬들과 언론의 비판에도 원칙을 꺾지 않았고, 그런 단호함이 오히려 시간이 흐른 뒤 진정한 리더십으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야구계는 변하고 있고, 감독의 역할도 기술 중심,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재박이 보여준 ‘야구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준비,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시대에도 적용 가능한 보편적 가치입니다.

그가 한국 야구에 남긴 지도자론은 단지 방법론이 아니라, ‘사람과 과정 중심의 철학’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며, 앞으로도 후배 감독들이 참고할 만한 모범으로 남을 것입니다.